Review/Book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minihong 2017. 5. 6. 16:56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글을 쓰고 고칠 때 미시적인 관점에서 글을 어떻게 다듬어야할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은 큰 맥락을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서 '에'를 쓸지 ‘에는’으로 고쳐쓸 지와 같이 조사에 따르는 어감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쿨한 문장과 감정을 담은 문장

평소 가족이나 친한친구가 아닌 사람과의 이야기를 할 때는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말 끝마다 '같아요'를 붙이는 것은 습관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분명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그렇게 말을 하기도 한다. 아니면 그럴 상황이 아닌데 내 스스로는 약간의 설레발 또는 피해의식으로 그렇게 표현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연중에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엔 문장이 '쎄'보이지 않으려는 심리때문에 예의에 어긋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같다'와 '있다'를 남용하게 된다.

짧고 명확한 표현의 문장을 글쓴이는 쿨한 문장이라고 말한다. 내가 업무로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도 그런 쿨한 문장은 가끔 핀트가 나간 느낌을 받게 되지만 곰곰히 되씹다 보면 의사표현을 정확히 해야할 경우가 업무를 하는데 오해없이 깔끔하게 끝나게 된다. 우리말의 문화이기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변화 없는 직구로 표현하는 우리말은 살짝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음료는 품절이세요."

백화점과 같은 큰 상점에 갈수록 어느 말에나 '세요'를 붙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분명 어색하게 들리지만 기분 나쁜 말은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맞춤법에 맞는 말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보이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글쓴이의 말처럼 동사가 아닌 형용사에도 존칭을 붙이기 시작하는 건 현대로 갈수록 감정 노동의 강도가 세졌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언어 순혈주의

'한국어 이용자가 수억 명 정도 된다면 모를까 기껏해야 1억 명도 안 되는 현실에서 언어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자칫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라도 더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나이브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고민이 많았던 표현이다. 굳이 그렇게 말해야했나 싶었다. 지금은 직접 사전을 찾아보고 어휘에 대해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지만 외국어 표현은 청자의 입장을 고민하고 나서 사용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다.


표준적인 문장이라는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한 문장은 곧 개성이기도 하다.

‘표준적’인 문장에서 너무 동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글쓰기를 글쓴이는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