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Game

Hollow Knight

minihong 2018. 6. 10. 11:45

어렸울 때 즐겨하던 낙서 같은

할로우나이트를 처음 봤을 때 캐릭터가 단순하게 생겨 플래시 게임을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낙서로 간단한 캐릭터를 그려 만화를 만들어 내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놀이를 했었는데 그런 감성에서 발전하면 이런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귀엽지만 어두운 분위기

귀엽지만 공포요소도 간간히 존재하고 나름대로 징그러운 부분도 여럿 숨겨져 있다. 반딧불이로 불을 밝히는 기믹도 재밌었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꽃밭은 니어:오토마타나 다크소울에서 느끼던 분위기였다. 배경음악도 살짝 지나치게 웅장한 감이 있지만 꽤 어울린다. 녹색정원에서의 배경음악은 메이플 스토리를 생각나게 한다.


2D횡스크롤의 찰진 손맛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예전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느꼈었던 모션감이다. 딱딱 끊어지는 모션도 아니고 완벽한 프레임이지만 어색한 3D애니메이션도 아니다. 점성이 있는 액체같은 탄력감이 있다. 게임패드로 조작하면서 게임을 하다보니 어색함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손맛이 꽤나 좋다.

할로우 나이트는 겉보기엔 단순한 2D 횡스크롤 같지만 여러개의 레이어가 겹쳐진 입체적인 공간의 게임이다. 에프터이펙트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자주 들었을 2.5D라는 개념인데, 오브젝트들은 2D이지만 오브젝트들의 위치는 Z축이 추가 되었기 때문에 공간감이 나타나게 되고 멀리있는 오브젝트는 천천히 움직이지만 가까운 오브젝트는 빠르게 움직이게 된다.


재밌지만 난이도 조절에는 실패한 듯

녹색 정원에서 호넷과의 첫 전투까지는 정말 몰입해서 진행했다. 탁월한 조작감과 타격감에 맞물려서 몇 번이나 트라이하면서 재밌게 했었다. 키보드로 하다 중간에 게임패드로 바꾸었는데 확실히 컨트롤이 예민해지면서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불편한 이동수단, 부족한 숏컷 등 플레이어를 다시 끌어주어야할 순간에 차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참을성이 부족한 탓인지 그 다음 보스부터는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보스전은 갈수록 패턴 읽기보다 순발력 게임에 가까워서 너무 어려웠다. 엔딩은 봐야겠다는 생각에 트레이너를 썼고 여타 게임과는 다르게 그 마저도 쉽진 않았다. 특정 구간을 통과하는게 중요한데 함정에 닿기만 하면 뒤로 돌아가 버리니 순전히 자신의 컨트롤로 헤쳐나가야만 했다.


텔레포트가 남발하는 모 게임이나 전투와 재정비의 시간이 정확히 나뉘어 있는 몬스터헌터,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는 중간중간 게임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할로우나이트처럼 그동안 왔던 험난한 길을 다시 돌아가는 게 썩 유쾌하진 않다. 물론 길을 헤멜 순 있는데 다시 빠르게 원 위치로 돌아가려면 죽는 밖에 없어서 거슬렸다. 물론 제작자가 의도한 것이 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크소울1과 같은 기가막힌 숏컷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한동안은 할로우 나이트의 ‘귀환의 뼛조각’을 검색했다.


맵이 너무 복잡하다기보단 막혀있는 곳이 너무 많은데 설명조차 그다지 친절하진 않다. 뜬구름 잡는 대사뿐이라 검색해서 보지 않았다면 알지도 못한 채 중도포기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 알아낼 방법은 막히지 않은 곳은 어딘지 한참 돌아다니고 건드려보는 방법 뿐이었다.


검색으로 공략을 보려해도 일직선 진행이 아니라서 내가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알기가 힘들다. 공략을 보다가도 몇일 포기하고 쉬었다가 다시 찾아보곤 했다.

몬스터헌터 월드의 길잡이 벌레가 있었다면...

몬스터헌터 월드에 나오던 길잡이벌레가 할로우나이트에도 있었다면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않았을까 싶다. 길 정도는 좀 더 친절하게 가르쳐주어도 되지 않았을까. 나 조차도 엔딩을 보려다가 포기하고 쉬다가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하다보니 게임을 시작한지 5-6개월만에 끝을 보게 되었다.


2D횡스크롤은 메이플 스토리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레트로 게임도 충분한 게임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할로우나이트 말고도 데드셀 등 다양한 횡스크롤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데 조금만 더 대중적으로 웃으면서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이 나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