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Animation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무렵의 히로시마 - 이 세상의 한 구석에

minihong 2023. 7. 26. 14:30

포근한 그림에 이끌려 보게 된 애니메이션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애니메이션입니다. 잔잔한 영화를 찾던 중에 본 첫인상이 포근한 느낌의 영화였는데요. 여주인공인 스즈의 성격이 멍하면서도 편안했던 점,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드물게 히로시마 및 구레 시여서 관심이 있던 지역인 점 때문에 쭉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무렵의 히로시마

영화내 계속해서 알려주는 날짜로 1940년대 전후의 한창 일본이 전쟁 중일 때이고 항복을 하기 얼마 남지 않았겠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보게 된 영화라 처음부터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인지 모르고 봤었습니다. 점차 알고 있던 항복일이 다가올수록 그 당시 히로시마, 구레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힘들어져 갔는지 느껴졌습니다. 끼니를 위해 배급을 받고 그 배급도 점점 줄어드는 장면을 보면서 전쟁 중에는 일본도 북한과 다름없었구나 싶었습니다. 국민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프로파간다를 가르치는 모습도 슬쩍 지나갔고요.

 

보통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암살, 밀정, 이터널 선샤인, 파칭코 등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핍박하고 폭력적인 일본군에 대해서만 나왔지 일본의 소시민을 대하는 일본군에 대해 묘사된 영화는 잘 보지 못했었습니다. 군부가 국가 전체를 장악한 뒤에는 일본 본토에서 살고 있던 시민들조차도 일본군에게 핍박받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침략 전쟁을 하는 군대는 안팎에서도 싫어하는 것은 마찬 가지구나 싶었고 우리나라의 군부 정치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끔찍하지만 담담하게 살아가기

다만 패망에 가까워지고 점점 삶이 힘들어지는데도 꾿꾿하며 유머러스함은 잃지 않고 생활하는 스즈의 가족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라디오로 나오는 일본 천황의 패망 방송 이후 스즈의 감정이 처음 격정적이게 된 이유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버텼는데 왜 항복하냐였는데요. 밖에 뛰쳐나갔다가 게양되는 태극기를 보고 뺴앗은 양식으로 살아남은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영화 내 묘사가 부족했고 별도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사회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분노했다가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느껴졌고 묘한 감정이 들게 했습니다.

 

영화에 중간에서 설탕과 같은 식료품을 사러 암시장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시장에 나온 상품들은 대만에서 온 설탕, 한국에서 온 쌀이라는 말들이 지나갑니다. 그때에는 영화를 보고 있는 저 또한 그냥 지나간 말들이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빼앗아온 전리품으로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생활을 이어나갔고 동조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였다고 보였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버전은 완전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몇몇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전개가 어색했던 것으로 느껴졌네요. 잔잔한 영화를 보러 왔다가 참혹하지만 살아가는 영화로 마무리되면서 당황스럽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사전정보 없이 보는 영화가 주는 이외의 전개를 즐기는 편이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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