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 테라오 겐

minihong 2023. 8. 9. 14:17

발뮤다의 시작

도서관에 예약해 놓았다는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읽고 빌려놓았던 이 책은 단숨에 읽게 되었습니다.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이 쓴 이 책은 작가의 아버지의 유년기부터 시작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였는데요. 처음에는 대체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가 싶다가도 자신이 왜 이런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는 아버지의 성장시기부터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쓴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예상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청소년기에 방황하고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의 1년 여행, 생각지 못했던 뮤지션, 록밴드 생활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의식이 대단히 강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타인에게 뻔뻔하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기에 시작한 1년간의 유럽 여행 경험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록밴드 생활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었는데요. 예술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라는 깨달음을 적은 듯한 구절이었는데 디자이너를 업으로 생활하고 있는 저에게도 적용되며 마음을 찌르는 듯한 말이었습니다.

회의 중에 “조금 더 사운드에 힘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몹시 화가 났다. “당신들의 조언을 듣고 그런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는데, 그와 동시에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좋다고 말해주는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급급했다. 내가 좋아서 음악을 만든 게 아니었다. p155
예술가라면,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절대 속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로지 예술가 본인의 성장을 통해서만 번복이 가능하다. 간단히 바꿔버린다면 애초에 예술가로서 존재하는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 p156

 

제 이야기를 비추어 보자면 이태껏 살아오면서 제가 잘해왔던 것 중 하나는 타협이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졸전위원장을 맡고 나서 졸업 전시 컨셉에 대해 교수님들과에 마찰이 있을 법하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했습니다. 처음이었지만 익숙한 느낌이었고 그에 따라 성과를 내는 게 재밌었죠. 졸업전시를 준비하면서 같이 졸업하는 선후배끼리도 다툼이 일어날 뻔한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그때에도 자신의 성격을 죽이고 서로 진심으로 싸우지 않도록 타협을 잘 해내었습니다.

 

그에 따라 보람도 있었고 회사 생활하는데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위와 같은 구절처럼 디자이너로써 디자인일을 할 때,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었지만 불만 섞인 말을 들을 때면 참을 수 없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의 고집. 상대의 의견이 맞고 내 의견이 정말 틀렸던 것인지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후 테라오 겐의 이야기는 아내의 영향으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알루미늄을 다루는 가스가이 제작소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맥북용 스탠드 제작 및 판매, 이후에는 산들바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린팬 선풍기 개발을 하여 실질적인 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쓰여 있어서 너무 위험하게 사업을 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고 이 후반부는 넷플릭스로 일본 드라마를 한 편 본 듯이 빠져서 읽었어요.

 


 

처음엔 지난 발뮤다 스마트폰 실패 이후로 발뮤다가 잘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떤 회사인지 몰랐기에 호기심에 읽게 되었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 에피소드들이 재밌었네요. 책을 읽어보니 실패는 스마트폰 말고도 이전에도 있었고 실패를 발판으로 딛고 나갔기에 다음 행보가 다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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