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 퀀텀독서법 | 김병완

minihong 2023. 8. 26. 20:27

광화문 교보문고를 구경하다가 이 책의 표지에서 어그로가 많이 끌렸습니다. 1시간에 1권, 3주면 충분하다는 데 이게 정말 가능한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궁금해서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어그로 때문에 책을 집어 들게 되었지만 반대로 거부감이 들어서 이 책을 피한 사람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책을 구매하진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하면서 속독 스킬에 대한 이론이겠거니 하고 책을 폈는데 책에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 독서를 시작한 계기부터 독서의 의미, 효과, 사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치 강의를 듣고 동기부여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오. 독서에 대한 강력한 확신과 반복적이지만 다양한 사례와 비유들을 보다 보면 '종교 서적에 가까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네요.
 
'퀀텀독서법'은 논문이나 학술서가 아니며 훈련방법에 대한 강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독서법 훈련을 시작하기 위한 밑작업 이야기로써 책 중반까지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어보면서 비판적으로 생각될 만한 부분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고 최근 책을 여러 권 읽고 몇몇 유튜브를 보면서 다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었는데 다시 의욕을 불어 넣어준 책이었네요. 마침 저는 일을 쉬고 도서관에 자주 다니고 있었는데 비슷하게 일을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3년이나 지내면서 더 강렬한 경험을 하고 생각 및 고찰을 통해 성공한 작가의 책을 보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은 대목

독서는 질보다 양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특히나 다독을 강조합니다. 그렇다고 빨리 읽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1시간에 1권, 하루 30분 3주면 된다! 라는 표지의 카피라이트가 그러라는 느낌에 뉘앙스가 들긴 했습니다.

'퀀텀독서법'의 요점은 다양한 독서법이 있지만 첫 번째로 글자가 아닌 단어로 읽고 좀 더 독서력이 쌓였다면 한 번에 한 줄을 읽어서 1시간에 1권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그렇게 1시간에 1권을 읽으면 하루에도 여러 권을 독파할 수 있고 이후에는 읽었던 책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을 추려서 다시 읽고 또 정독을 해보라고 말합니다.
 

유튜브 셜록 현준의 독서 방법 관련 영상. 퀀텀독서법과 반대되는 방법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 내용을 보면 독서에 대한 본질은 같다.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을 즐겨 보는데 그 중 독서 방법과 관련된 영상에서 말하는 독서 방법은 도서관보다는 서점, 많이 읽기보다는 제대로 읽기입니다. 퀀텀독서법에서의 독서방법은 도서관에서, 최대한 많이 읽어보고 좋은 책은 다시 정독하며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뭔가 반대되는 방법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하나 다른 점은 양이 먼저냐 질이 먼저냐에 대한 차이. 그리고 그 또한 독자를 위한 시선끌기용 멘트이고 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이나 질을 따지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퀀텀독서법도 속독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대로 읽기를 바라는 독서법입니다.
 
 

독서는 해독(Decording)이 아닌 생각하기(Thinking)입니다.

독서는 해독이 아닌 생각하기라는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이거다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영어나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외국어서적을 직접 읽어보려고 했지만 잘 진전이 되지 않았던 것은 해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외국어를 배우고 직접 해독하며 읽는 것도 내 삶에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독서력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서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었습니다.

다시 모국어 독서로 돌아가서, 책을 읽다 보면 ‘어 왜 글쓴이는 이렇게 말하지? 난 그렇게 생각안하는데’ 라던지 읽는 도중 자기 생각이 개입하는 경험을 자주 했었는데요. 저는 이것이 독서 자체에 집중하는데 방해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읽으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독서라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읽은 내용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책의 내용과 책의 숨겨진 문맥을 파악하거나 자신만의 새로운 내용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입니다. 오히려 명상을 할 때 숨쉬기에 집중하듯 읽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면 자신의 뇌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책과는 관계없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생각하며 읽기는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을 때 많이 했던 경험이라 부끄럽기까지도 하네요.
 

독서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책에 담겨있는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독서를 하면 절대 의식이나 사고력이 향상되지 못하고 세상을 다르게 내다볼 수 없다. 지식과 정보를 넘어 새로운 사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다.
p50. 퀀텀독서법

 
독서에 다른 목적을 두지 말고 독서로 하는 탐구 자체에 빠져들라는 글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서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 빨리 돌려받아야 한다는 조급함을 덜어 주었습니다. 돈을 벌기위해서, 좋은 직장에서 잘 일하기 위해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보통 독서를 시작하지만 독서를 하면서 생각하는 과정 자체에 빠져들다 보면 새로운 사고를 하게 되고 곧 자신의 일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만 원을 투자하면 만 원 이상의 이득을 빨리 얻고 싶어하듯 독서도 그렇게 바라지만 실은 운동처럼 꾸준히 운동해야 서서히 결과를 느끼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즐기며 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인 데카르트가 우리에게 주는 몇 가지 조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경험을 믿지 말라는 것, 경험 대신 생각과 이성을 통해 진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p100. 퀀텀독서법

 
퀀텀독서법 내의 인용문이지만 저에게는 크게 다가온 글이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믿지 말라니, 사실 이미 경험을 믿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직장 내에서의 경력 자체는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이 이미 마음 한편에는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관련 경험이 없어도 퀀텀 점프하듯 결과를 내보이는 사람들을 볼 때, 이유 없이 갑자기 그런 결과가 튀어나올 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다만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 고찰의 시간으로 진리를 찾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취미이자 휴식으로써의 독서가 아닌 필사적이고 집중하는 독서를 합시다.

독서는 먼저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평온케 하며, 익숙하게 읽고 정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책을 볼 때는 다만 마음을 비우고 기운을 평온하게 하여 서서히 의리가 있는 곳을 살펴야 한다.

’독서는 마땅히 조용히 완미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곧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드는 일이다.
<백수선생문집> <위학대요> 하편

 
독서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고 독서 자체에 대해 탐구하라고 하면서 느긋하게 휴식처로써의 독서 또한 하지 말라고 합니다. 독서에 대한 몰입을 위해서 준비하고 집중해서 하면 독서에 대한 진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기왕에 독서 자체에 목적을 두기로 했다면 응당 그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독서법은 옵션입니다.

‘퀀텀독서법’에 책 내용에서 실제 독서법은 책 후반에 길지 않게 나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당부에 말도 적혀있었는데요. 독서가 아닌 독서법에 매몰되지 말 것. 독서법을 제대로 훈련하지 못해도 좋다, 다만 독서 자체를 흥미를 갖고 꾸준히 많이 해서 독서력을 키우다 보면 지금은 하지 못했던 독서법도 다음엔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였습니다.
 


 

'퀀텀독서법'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저눈 생의 두 번째 직장이자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의 개인적인 실패 이후 자꾸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 책이 박힌 바퀴를 빼주는 지렛대 역할이자 다시 달리기 위한 원동력의 일부가 되어주었습니다. '퀀텀독서법'에서 독서 자체보다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목표는 보다 원대하게 가지고 자신이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것'이었습니다. 뻔한 자기 계발서 멘트지만 속독스킬이나 배워 볼까 펼쳐본 책에서 본 글이다 보니 저에겐 느낌이 다르게 와닿았네요.
 


 

Read or Die, Read or Dream

이 책을 읽다 보니 2003년 말, 중학생시절 보던 'ROD'라는 애니메이션이 계속 떠올랐는데요. ROD는 읽느냐 죽느냐(Read or Die), 읽느냐 꿈꾸느냐(Read or Dream)라는 의미의 약자이며 책을 만들거나 독서를 좋아하는 독서광들이 나오는 만화입니다. 책을 없애려는 세력을 막아내는 액션활극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책을 그렇게 사랑하고 재밌어 할 수 있는 건가?, 고작 책을 없애려고 테러를 저지르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소설책을 달고 다니던 친구들 모습을 보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Read or Die (Original Video Animation)

'퀀텀독서법'을 읽어보면서 독서에 대한 글쓴이의 믿음과 사랑이 워낙 완고하다고 느껴지다 보니 약 20년 전에 본 애니메이션이 기억 속에서 다시 떠오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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