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 | 제이콥 톰스키

minihong 2023. 8. 31. 14:21

호텔의 디렉터나 총지배인, 호텔 칼럼니스트가 쓴 고상한 내용이 아닌, 호텔에서 가장 말단에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책표지를 보고 궁금증이 생겨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책 한 번을 쭉 읽고 나서 느끼는 첫 인상은 전반적으로 욱한 마음에 쓴 에세이로 느껴졌는데요. 처음에는 차분하게 글을 썼다 싶다가도 사실 차분한 척한 것이었고 호텔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한 번 폭발한 뒤에 쓰게 된 글이었습니다. 팁 문화와 같은 미국 문화가 짙게 물들어 있어서 쉽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요. 소소한 에피소드와 대화 내용을 읽다 보면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버나드 섀도. 벨맨들이 그 사람 이름을 들어보지는 못했겠지만 모든 벨멘은 그를 증오했다.
1970년, 그가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발명하는 바람에 벨맨의 존재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p166. 저는 분노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이 책 덕분에 로비에서 객실로 가방을 날라주는 벨맨과 정문에서 차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의 차이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벨맨은 바퀴 달린 케리어 가방 이후 옛날과 같은 업무의 무게감은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팁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벨맨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젠 의무적 팁 문화는 완전히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유럽 여행 때 여행객들에게 팁을 뜯어가려는 가게들에서 불편함을 이미 많이 느껴서 미국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나라는 아닐꺼라는 생각이 잡혀있습니다. 

 

글쓴이는 원칙을 지켜 프론트 데스크 업무에 임했으나 고객의 컴플레인으로 일을 크게 만들었다는 징계를 받고 문서를 던지며 화를 내는 바람에 누적된 벌점을 포함, 호텔에서 잘렸다가 노조의 힘으로 돌아옵니다. 이미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 탈호텔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돌아온 두 번째 호텔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서비스 직의 힘듦을 느꼈고 해결책은 없었습니다.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등으로 단순 업무는 자동화하고 그 외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대우를 높이는 게 럭셔리 호텔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회사로 이윤을 남겨야 하면서 자판기가 아닌 인간적인 서비스를 위해 저임금의 직원을 다수 고용해야 하는 고급 호텔의 딜레마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코멘트로 의견 교류는 환영합니다. 다만 의무적인 코멘트 작성은 지양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