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삼체 | 류츠신

minihong 2023. 10. 16. 20:24

알뜰별잡으로 알게 된 중국의 하드 SF 소설로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읽다 보면 빠져들다가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이었습니다. 10년 전에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읽었을 때의 느낌도 있었는데 그 것보다 좀더 단단하고 무겁게 다가오는 소설이었어요. 두꺼운 3권짜리 대서사시이기에 2부는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10시간은 읽었고 3부는 이틀 동안 13시간은 읽었는데요. 2부, 3부 모두 700페이지가 넘어가고 한 번에 한줄씩 빠르게 읽기에는 장면이 연상되질 않았기에 천천히 즐기면서 읽었습니다.

 

『삼체』 3부작 중에서 1부가 역사감과 현실감이 가장 뛰어나고, 2부는 완성도가 가장 높고 완벽한 구성, 명확한 플롯, 화려함의 극치가 돋보인다 면, 3부는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와 본질적인 사고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서평. 푸단 대학 중문과 부교수, 잡지<신발견> 편집장 옌펑

 

3부 마지막에 적힌 서평의 일부 입니다. 2부에 대한 평가는 제가 느낀 바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중반부에 시작되는 현대로부터 150년 뒤의 미래는 미리 깔아놓은 배경을 읽고 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저도 모르게 몰입되었습니다. 2부의 모든 내용이 납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완성도, 구성, 플롯, 화려함은 모두 동의가 됩니다.

 

소설로 읽었기에 느끼는 특수성

만약 영상화된 '삼체'를 먼저 접했다면 이번에 처음 소설로 접했을 때 만큼의 감동은 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상이 아니라 글이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네요. 소설은 영상이나 그래픽화된 콘텐츠보다 같은 시간에 흡수할 수 있는 콘텐츠량이 많습니다. 그래픽화는 소소한 디테일까지 그려내야 하는데 이것은 그 자체의 예술성이 있지만 원작 글을 먼저 본 사람이면 상상했던 것과 어긋나면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소설의 한 줄로 느끼는 장면은 읽는 사람마다 상상하는 장면이 다르지만 영상화 한다면 모두에게 거의 천편일률적인 기억을 주입합니다. 그리고 최적의 감상을 위해 2~3시간의 영상으로 만들려면 내용을 축약하고 편집해야 합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아니고 매체의 차이일 뿐인데요. '삼체' 덕분에 영상으로 접했지만 소설이 원작인 작품들은 원작을 찾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일본 서브 컬처에 대한 영향

삼체는 일본 서브 컬쳐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게 느껴지지만 짙지 않고 희미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라노벨들은 질척한 미형 묘사를 많이 넣어 부담스러웠는데 삼체는 그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간소한 묘사를 해서 담백하고 상상하기 쉬웠습니다.

 

읽으면서 블랙홀 관련 부분이 나올 때면 '인터스텔라'가 가장 많이 떠오르긴 했지만 외계인을 피해 도피하려는 모습에서 '시도니아의 기사'가 계속 생각났는데요.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를 보다 보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등장인물 중 '청신'은 '시도니아의 기사'에서 인간성을 희미해지기 전의 함장이 생각났고, '뤄지'는 후반부에 갈수록 '시도니아의 기사'의 남자 주인공과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생각났으며 '웨이드'는 왜인지 코가 크고 날카로운 인상일 것 같아 '바람이 분다'에서 후반에 산 호텔에서 만나는 독일인 카스트로프가 생각났습니다.

 

 
삼체
중국 문화 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모든 것을 잃은 여자의 복수극 『삼체』. 중국 SF의 제왕 류츠신의 대표작으로 1960년대 문화 대혁명에서 시작해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거쳐 수백 년 후 외계 함대와의 마지막 전쟁까지 이어지는 ‘지구의 과거’ 연작의 서곡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문화 대혁명의 광기 속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예원제.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남자에게마저 배신당하고 반동분자로 몰린 그녀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특급 기밀 지역에 배속되어 국가를 위해 봉사하던 어느 날 밤, 몇 해 전 자신이 우주로 쏘아올린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받는다. 외계로부터 정보를 수신한 최초의 인류가 된 예원제는 기뻐하며 해석을 시작하지만, 그것은 무시무시한 경고였는데…….
저자
류츠신
출판
단숨
출판일
201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