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글쓰기 다시 시작하기

minihong 2022. 9. 29. 17:03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티스토리에서는 일상에 관해 취미에 관해 이것저것 써보곤 했었고 네이버 블로그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포트폴리오 용도로, 브런치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유행을 탔을 때 업무 관련 툴에 대해서 글을 조금 썼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렸던 글은 2번 시도하고 더 쓰질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로그인하면 라이킷 알람이 올라오곤 합니다. 반응 자체는 왠만하면 다들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좀 더 시간을 쪼개 계속해서 나 자신을 위해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나선 최근에 글쓰기를 그만 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요. 막상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를 자주 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운동할 때 오는 근육통처럼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장 큰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내 어설픈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읽혔을 때 좋지 않은 반응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되었던 책은 자기 결정 입니다. 그 이전에도 회사 복지 차원에서 책 구입은 무제한이었기에 가끔씩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생겼지만 생각에서 그쳤는데요. 이 책은 얇으면서도 살짝 마음에 꽂히는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이해한 바로 다시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글쓰기는 인격을 성장시키는 데 읽기보다 큰 도움을 준다. 소설을 집필한 작가와 집필 전의 작가는 다른 사람이다. 글을 집필하면서 고뇌한 모든 시간들은 사람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
『자기 결정』은 독일의 저명 철학자이자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 페터 비에리 교수의 신작으로, 전작 《삶의 격》에 이은 ‘삶과 존엄’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다. 《삶의 격》에서 페터 비에리가 삶에서 가장 절실한 가치로 ‘존엄성’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식으로 ‘자기 결정’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결정의 삶이란 외부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부화뇌동하며 갖게 된 생각과 취향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써나가는 ‘진정한 나’로 살아갈 때야 비로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냉철한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 자기 결정의 삶은 곧 문화적 정체성을 가꾸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살아가면서 접하는 다양한 교양 중 어떤 것을 내면화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것이다. 이런 삶이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향과 정체성을 가질 것인지, 어떤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페터 비에리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5.09.21

 

읽기보다 글쓰기가 자기 성장에 더 도움 준다는 것은 어렴풋하게 생각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일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잡고 직장생활 경력이 더 쌓이기 전에 그동안 경험했던 일들을 글쓰기로 정리하고 스스로 피드백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나 자신 만의 글쓰기 원칙을 몇 가지 잡아 보았습니다.

 


 

1. 글쓰기 초안은 거침 없이, 두려움 없이 길게 써보기

짧게 쓸 시간이 없어서 길게 씁니다.

 

짧은 글들은 긴 글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쓰게 되고 그것을 읽은 사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들이 많습니다. 가끔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서 보이는 시 글귀만 봐도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주옥같은 문장으로 쓸 생각은 접는 게 좋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다보면 몇 문장 적어보고 부끄럽고 피곤해서 글쓰기를 그만두게 된 적이 많았죠.

 

반대로 말이 되든 안되는 글쓰기를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초등학교 시절 매일 쓰던 일기와 군대에서 주말, 2주에 한 번 또는 한 달의 한 번씩 꼬박꼬박 부모님한테 쓰던 편지입니다. 쓸 이야기가 없어도 어떻게든 일기장과 편지지를 모두 채웠던 기억이 있네요. 당시에는 나와의 약속이니까 별생각 없이 썼지만 글쓰기는 그런 반복 작업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억지로 앉아 시작하더라도 10분 정도 집중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느꼈던 기억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몰입의 시간까지 가는 시도를 많이 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숙제 검사를 위해 일기를 쓰듯, 군대에 있을 때 사 놓은 편지지 뭉치와 우표를 다 털어내기 위해 꼬박꼬박 편지를 쓰듯 다시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목적은 달랐지만 글을 쓸 때 즐겁게 쓸 수 있다는 기억과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이때 느꼈던 감정을 기억하며 다시 글쓰기를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담임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 일기의 검사 기준은 10줄 이상 적기였습니다. 그 당시 친구들은 10줄을 힘들어 했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뭐라도 채워 넣기는 잘합니다. 일단 초안은 길게 써보기. 저에게는 자신 있는 부분이라 첫 번째로 지켜보려고 하는 규칙입니다.

 

2. 초안을 가지고 포스팅 하지 않기

티스토리나 싸이월드 블로그에 포스팅하던 시절에는 어떻게든 포스팅 횟수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 글을 쓰고 곧바로 업로드했습니다. 그리곤 다시 읽어 보면서 글을 조금씩 수정을 하니 쓰자마자 올린 글이라 당연히 수정할 거리도 많았고요. 그다지 깊이 있는 생각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봐왔던 일상 블로그들에서는 3분 요리처럼 데워져서 나오는 블로그 포스팅이 많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잘 나가는 블로그를 보면서 글이 저렇게 많은데 나도 빨리 채워야 할 텐데 하는 조급함이 먼저였던 것 같네요. 글쓰기보다 포스팅에 목적이 있다 보니 글쓰기 자체에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포스팅 횟수는 좋은 블로그의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 다듬어지지 못한 나의 생각 카드들을 처음부터 꺼낼 필요가 없습니다. 충분히 뜸을 들여서 꺼내야 합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방금 작성한 글을 바로 올리는 일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3. 글의 구색이 갖추어졌을 때 포스팅하기

두 번째 규칙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잘 되어 있는 포스팅을 보면 여러편으로 쪼개서 연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 있는 글을 쓰고 있을 때라면 모두 작성할 때까지는 포스팅하지 않고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글을 아무리 잘 다듬었다고 생각해도 두 번째부터 첫 번째 글의 아쉬운 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불필요한 포스팅 작업을 줄이고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내 경험은 늦기 전에 기록하기

제가 이 글을 적어보는 시점으로 제 정규직 회사 생활은 7년차를 넘겼습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여러 감정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되돌아본다면 어느 정도는 떠올릴 수 있지만 이 것이 정말 그때의 감정과 기억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은 점점 왜곡되고 디테일은 줄어듭니다. 바쁜 회사생활과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집에 가면 놀다가 잠이들어서 이 것은 기억해야지 싶은 것들을 적지 못했던 일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그 이야기들을 꺼낼 수는 있지만 시냇물 안의 조약돌처럼 날카로웠던 부분들은 닳아 둥글어진 기억들입니다. 조금이라도 늦기 전에 적어보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꿈 일기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써본 적은 있지만 정신차리고 읽으면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었는데요. 그렇지만 당시에 어떤 감정에 복받쳐 있었는지 제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전한 정신으로 업무에 집중했을 때 감정과 기억을 좀 더 보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 바로 적어보세요.

 

5. 문체는 편안하지만 존경을 담아서 쓰기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고민이었던 부분은 말투를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였습니다. 이하 편한 말투로 작성했으니 양해바란다는 방법도 많이 보아 왔는데요. 이것도 뭔가 마음 한 편으로 불편한 감이 있었습니다. 일기를 쓰듯 쓰게 되면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하고 독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존댓말을 신경 쓰다 보면 금방 피로해지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여러 포스팅 글을 보다 느낀 것은 존댓말을 쓰되 문체 자체에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하듯이 푸는 게 저에게 적합해 보였습니다. 회사 생활 때는 후임이든 선임이든 모두 존댓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평소 쓰던 말투로 글을 쓰는 게 가장 편할 것 같았습니다. 말끝이 ‘다’로 끝나든 ‘요’로 끝나든 상관없습니다. 일단은 글쓴이가 즐겁게 쓸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일기보다는 부모님에게 편지를 쓴다는 느낌이 적당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글은 지금과 같은 어투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글 쓰는 도구에 관하여

한 때 만년필에 관심이 많아 만년필만 벌써 5개는 모았습니다. 하지만 글씨를 쓸 일이 없어지다 보니 만년필을 꺼낼 때마다 잉크가 말라 있어서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잉크를 채워줍니다. 그리고 한 번 쓴 글자는 수정하지 못하는 게 만년필의 맛이겠지만 여러 번의 초고를 수정하기 위해서 타이핑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만년필은 그림을 다시 그릴 때 쓰려고 해요.

 

현재는 Notion으로 작성 중인데 단점은 인터넷이 좋지 않거나 끊기면 불안하다는 점입니다. 반응이 느려지고 이거 제대로 저장은 되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집이라면 문제없지만 외부에서는 답답한 구석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iOS, Mac에 있는 기본 메모 앱입니다. 심플하고 강력하지만 윈도에서는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가능한 점, 이미 익숙해진 마크다운 문법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이 있어서 Notion으로 결정했습니다.

 


 

글쓰기의 주제에 관하여

예전에는 일상, 여행,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이번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회사 생활에서 배운 것들을 주제로 써보려고 하는데요. Seed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다 보니 디자이너로 시작했지만 개발자, PM/PO, 마케터의 입장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할 때의 경험과 생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