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스타트업에서 배운 소소한 팁들

minihong 2023. 1. 13. 17:36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업력을 시작하는 초창기 스타트업에서 7년 넘게 브랜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갔습니다. 조직 문화라고는 이제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는 초기 멤버가 만들어가지만 적은 인원과 경험으로 부족한 부분은 중간에 들어오는 경력직 팀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채워주었는데요.

 

저보다 나중에 입사하시고 먼저 퇴사하셨던 기획자, 개발자분들에게 배웠던 문화적인 부분이나 팁들을 조금 두서없지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다른 견실한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들은 너무나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문화이거나 이미 더 좋은 방법으로 조직 문화를 꾸려나가고 있을 수 있습니다.

 


Slack(또는 사내 메신저)을 스마트하게 사용합시다.

DM(Direct Message)은 개인적인 용무로만 사용하세요.

일이 바쁜데도 중간에 추가 요청이 끼어 들어오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요. 스타트업 초반에는 업무 전달이 Slack의 DM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쁠 때 이메일은 보내면 반응이 없을 것 같고 슬랙 채널에 올리기에는 @멘션을 달아주어야 하고 그 또한 잘 확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암묵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렇게 DM을 쓰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커뮤니케이션한 2명만이 전달된 내용을 알고 있고 나머지 팀원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메일이라면 참조 이메일이라도 갔을 텐데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극단적인 예로 디자인 전달이 완료된 웹페이지 건인데 경영진 또는 기획자가 직접 개발자에 수정사항을 전달하면서 디자이너인 저는 수정된 내용이 무엇인지 실 서버에 반영될 때까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새로 온 IT 팀장분은 매 주간회의마다 한 번씩 언급했었고 그래도 DM으로 업무 내용이 온다면 #채널명을 붙여서 채널에서 이야기해 달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DM으로 온대로 바로 처리해도 되지만 전사적으로 공유를 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DM으로 온 내용은 매번 공개채널로 옮기면서 수고스러웠지만 ‘어? 저는 못 들었는데요.’ 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답변과 첨언은 스레드(Thread)를 사용합니다.

스레드의 댓글

Slack을 쓰다보면 스레드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고 카카오톡처럼 계속해서 새롭게 글을 올리는 팀원 분들이 많았습니다. 테마별로 슬랙 채널이 나누어 두었지만 그 안에서도 각각 다른 주제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섞이게 되는데요. 주간회의에서도,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서라도 틈만 나면 스레드를 쓰자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카카오톡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스레드 아이콘을 클릭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게 사실 저도 많이 어색했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서 각 세부 주제별로 대화가 묶이고 검색이나 스레드를 외부에 공유할 때도 편리하게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었네요.

 

프로필 사진은 본인이 아닌 팀원을 위해 준비합시다.

프로필 사진 예시

팀원이 10명, 20명이 넘어가면서 새로 오신 분이 인사하러 다닐 때 자리에 없으면 인사도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막상 새로 오신 분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얼굴조차 모르니 조금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는데요. 최소한 얼굴은 익히기 쉽게 Slack과 같은 사무용 툴 프로필 계정에 자기 사진을 넣자는 이야기가 팀장회의 때 나왔습니다.

 

막상 진행을 하려고 보니 자기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올리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심지어 여기가 북한도 아닌데 자기 사진 올리는 것을 강요하냐는 이야기가 뒤에서 들리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경영진이 이 의견에 회의적이어서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다만 온보딩 자료에 프로필 사진을 올리는 것을 권장한다 적어두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네요.

 

사실 대기업 사내 메신저만 봐도 입사하면 매뉴얼대로 사진부터 찍고 프로필사진이 올라갑니다. 스타트업이다 보니 이걸 강요하기에는 너무 딱딱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직원들이 많아지고 Slack 챗이나 이메일 통해 빠르게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프로필 썸네일 부분입니다. 최소한의 구분자로 쓸 수 있도록 팀원 각각이 준비한다면 일할 때 미묘하게 소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스프린트 등 업무 프로세스 관련

모든 업무는 아이템화 합시다.

업무중에 끼어드는 추가 요청이나 소소한 작업들은 아무 기록 없이 처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쌓이고 모이다 보면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나중에 뒤돌아보았을 때 그 시간에 무엇을 했냐는 질책을 받기 쉬워집니다.

 

개인적으로 파일 정리나 간단한 리서치 때문에 시간을 쓰는 것으로 기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팀원의 요청이나 외부 요청인 경우 간단한 경우라도 협업 툴에 기록했습니다. (저희는 Asana를 활용했습니다.) 간단하지만 반복적인 업무라면 칸반보드에 루틴 칼럼을 추가해서 Task 카드에 기록을 해나갔는데요. 오랫동안 한 회사에 일하다 보면 예전 기록을 다시 찾아봐야 하는 일이 생기는 데 그럴 때마다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진행했던 안 했던 모든 업무는 백로그에 남깁시다.

새로 들어오는 자잘한 업무들은 모두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백로그로 기록을 남겨두면 하지 않았던 일이 나중에 하게 되었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 요청이 언제 최초에 들어왔었고 그 당시 의견이 어땠는 지를 찾아볼 수 있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눕시다.

Asana, Notion과 같은 협업 툴을 사용하다 보면 진행 중인 Task 카드들이 쌓이기 마련인데요. 실제로 진짜 진행 중인 Task는 몇 가지 되지 않았습니다. 칸반보드의 진행 중 칼럼에 Task가 많이 쌓여 있다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 지 정리하고 갈 시간입니다. 보통은 스프린트 플래닝 시간에 진행해야 할 Task를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