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곧 IT 기획자라는 직업은 사라집니다'를 보고 - 나는 PM이다

minihong 2023. 4. 20. 22:23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나는 PM이다라는 채널의 곧 IT 기획자라는 직업은 사라집니다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8년 차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면서 기획, 기획자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들이 있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포지션: 기획자

2018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기획자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외국에는 기획자라는 포지션이 없다, 기획자가 없어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경영진 측에서 종종 듣곤 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 하자면 외국에 기획자라는 포지션은 없지만 기획과 같은 일 또는 프로세스는 외국에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은 누군가 해야 하는데 기획자가 없다 보니 답답했던 상황들이 종종 발생했는데요. 기존의 '워터폴'과 같은 업무방식에 익숙한 경력자들이 '제대로 된' 기획이나 기획서가 없어서 일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프로세스가 잡힌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이라면 맞는 이야기지만 작은 규모의 R&R이 명확할 수 없는 스타트업에서는 기획자가 없는 '애자일'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유튜브 영상에서도 그 부분을 집어주고 있었습니다.
 
 

워터폴과 애자일

워터폴 방법론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 작업이 폭포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단계별 개발 방법론입니다. 앞단계가 끝나지 않으면 뒷단계의 실무자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을 못한 이유도 앞단계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한 번의 실패를 용납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은 앞단계에서의 정의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각자 의견을 내며 자신의 포지션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해나가며 싱크를 맞춰나간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워터폴 방법론처럼 앞단계의 기획자가 기획 문서를 모두 작성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자기 포지션에 가까운 부분을 기획해 나가야 합니다.
 
애자일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맹점이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결정권자의 역할입니다. 각자 의견을 낸다하더라도 불협화음이 될 수 있고 잘 돼 간다고 하더라도 결정권자의 의견과 방향을 맹목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각 실무자의 의견은 의견일 뿐 워터폴처럼 떨어지는 결정권자의 방향을 맞춰갈 수밖에 없는데요. 여기서부터 '다들 애자일 얘기만 하지 제대로 애자일하게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워터폴이나 애자일이나 결국 방법론일 뿐이며 업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기획자가 기획을 모두 맡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각자가 기획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조율하는 포지션이 프로덕트 매니저라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UX/UI 디자이너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디자이너의 직무가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일에서 논리적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일로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https://brunch.co.kr/@taekil/11

 
최근 UX/UI, 프로덕트 디자인 관련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말은 '디자이너는 기획을 해야 된다.' 였습니다. 사실 제가 직장인으로서 GUI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기획과 화면 디자인을 따로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회사가 커지고 회사내 1인 디자이너에서 디자인 팀이 되어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요. 중견업체 이상의 업무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디자이너로 왔는데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구나 업무를 나누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유저 플로우는 기획자가 그려주고 그다음에 화면을 그리는 프로세스로 바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하기엔 인력이 부족했고 UX/UI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에서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트렌드가 바뀌어 가면서 결국 디자이너가 유저 플로우도 설계할 필요가 있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도 하나의 트렌드에서 필수 요건처럼 되었고 준비된 블록으로 화면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보니 기획자가 그려준 유저 플로우 위에서 화면만 그릴 필요는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GUI의 유려함 보다는 앞뒤 화면과의 관계를 보면서 논리적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바뀌어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새로 필요한 그래픽요소는 일부 그려가는 것이죠.
 
UX/UI 디자이너라고 하면 유저 입장에서만, 유저가 보는 핸드오프 화면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면 유저 입장뿐만 아니라 데이터 구조나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유저가 조금 편하기 위해서 개발이 복잡해지고 사이드 이펙트가 생겨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에 그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거지 이게 정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참고 링크

대표이미지 링크: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mpN7xjKQ_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