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젠더와 일본 사회

minihong 2023. 9. 29. 14:34

도서관의 사회과학 코너에서 일본 문화 관련 책을 살펴보다 집어든 책인데요. 무미건조한 연구서 느낌으로 읽혔지만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던 챕터도 있었습니다.

 

전후 천황제와 젠더, 황태자비 마사코의 시련과 황실의 위기를 중심으로

2019년 일본 연호가 레이와 시대로 바뀌게 되면서 연호를 쓰는 이유와 현대 일본에서 천황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서 위키를 찾아보곤 했었는데요. 천황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 서적을 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왜 현대의 까지 왕실이 남아있는지 납득은 되지 않지만 문화로서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선택적 부부별성과 이름의 정치학, 일본의 부부동성 강제와 가족법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챕터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 결혼하면 왜 여성쪽이 성을 바꿀까? 의아했던 적이 있었기에 더 재밌게 읽은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차례차례 설명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도 처음부터 부부동성은 아니었으며 부부별성이었으나 여성의 자주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가문 내에서 바깥에서 온 사람이란 것을 구분하기 위해 부부별성을 썼다고 합니다. 가문 외 사람에 대한 차별로써 보았다고 하는데요. 부부동성은 서양에서 많이 사용하였지 아시아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라고 합니다. 이후 메이지 시대에 민법을 제정하면서 공무상 편의의 이유로 부부동성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하네요.

부부동성을 써야만 하는 것에 소송을 했지만 2015년 일본 헌법에서 부부동성은 합헌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현재에도 일본에서 결혼을 한다면 부부동성이 강제 된다고 하는데요.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소송 및 합헌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고 링크: https://namu.wiki/w/%EB% B6%80% EB% B6%80% EB% 8F%99% EC%84% B1)


법이 바뀌지 않으니 법을 피해서 결혼 후 서류상 이혼하는 부부가 있고 학술계에서는 결혼 전 이름으로 논문 게재를 계속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등 법망을 피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특이하고 재밌다고 느껴졌네요.

한국은 성(姓)이 곧 혈통을 의미하지만 일본에서의 성(氏 씨)은 가문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아들이 이어받을 필요도 없고 양자를 맞아서 이어가기도 합니다. 가문의 대를 잇는 기준이 한국보다는 느슨하기에 몇백 년이 이어지는 가게나 장인들이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부모를 돌보는 비혼 남성의 남성성, 일본의 젠더 질서와 가족 돌봄의 역학

히로시마 여행 중 들렸던 스시집에서 노모를 모시고 식사하러 온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남성 분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 말한 부모를 돌보는 비혼 남성이 늘고 있다는 챕터에서 그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일본의 가정에서 딸이 없는 경우, 다른 형제가 결혼한 경우 비혼 남성이 본업을 포기하고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딸이 부모를 돌보는 모습은 이슈화 되지 않았는데 아들이 부모를 돌보게 되면서 남성성에 영향을 받게 되고 힘들어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남성이 전업 주부를 하는 것만큼 부모를 돌보는 비혼 남성도 사회적으로 힘들어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비슷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이고요.

 


그 외의 남성의 동성애 관련 문학 작품이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마이너한 분야의 대한 저술도 있어서 흥미가 있다면 더 파고들어 볼만한 책이었습니다.

 

 

젠더와 일본 사회 (반양장)

젠더 관점으로 현대 일본 사회를 다룬 연구서다. 한국 학자 시점으로 일본 젠더 문제에 접근한 최초 저술로 각 분야 연구자들이 가부장적 젠더 질서와 여성의 도전, 성별 분업, 섹슈얼리티를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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