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절반 이상은 크래프톤이 블루홀 시절 이야기였습니다. 그만큼 배틀그라운드 보다 테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테라와 같이 기존 MMORPG와 다른 논타겟팅 시스템의 차세대 게임 개발 경험이 이 회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테라는 제가 2011년 군대를 전역하고 처음 접한 MMORPG였고 처음 돈을 내고 월 결제를 해본 게임이기에 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감회가 남달랐고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테라의 첫 인상을 좀 더 이야기하자면 제가 입대 전까지는 17인치 브라운관 모니터를 썼었는데 전역을 하고나니 풀HD 해상도가 보편화 되었습니다. 24인치 모니터로 바꾸면서 접한 테라는 신세계였는데요. 줄곧 WOW와 비교되던 게임성은 둘째치고 그 그래픽과 움직임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극장에서 보던 3D 애니메이션 급의 그래픽을 실시간 렌더링으로 게임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은 익숙하지만 2011년에 사회로 복귀한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짧지만 굵게 인상깊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크래프톤웨이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
크래프톤 이전의 블루홀 스튜디오는 이미 한 차례 성공한 사람과 몇몇 게임업계의 일인자들이 모여 차린 게임회사였습니다. 크래프톤의 장병규의장에 대한 이야기는 와닿는 구절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비판은 쉽고 만드는 건 어렵다.
비판은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쉬운 일이다. 어떤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인터넷을 보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글을 쏟아낸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비판하는 제품의 반에 반만 한 것도 만들어낼 수 없는 사람일 것이다. 비판은 쉽고 만들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400p
장병규는 평가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게임 제작자들과 평가 방식을 논의할 때마다 늘 당황스러웠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기본 생각이었다. "나는 열심히 했다" "나는 만들어달라는 결과물을 잘 만들어줬다"란 말은 장병규 귀에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나는 상관이 없다"로 들렸다.
평가는 늘 매출이나 트래픽과 같은 고객 지표와 연동되어야 한다. 지시에 잘 따르는 구성원을 높게 편가하는 조직 수장을 최악이라 생각하면서도, 제작 리더십마다 지닌 철학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했다. 무엇보다 평가 원칙은 고정되어선 안되고, 기대와 사람에 맞게 계속 달라져야 했다.
MMORPG의 명가
블루홀 스튜디오의 비전은 "MMORPG의 명가" 라고 합니다. 비전은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어떤 상태입니다. 이 말은 최고 수준의 MMORPG를 제작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회사나 스타트업에서 일한다 해도 그 분야에서 명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5P
창업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비전에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할 뿐입니다. 비전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못 되면 저도 회사를 떠날 겁니다. 낯선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부대끼면서 굳이 회사에 모여 일하는 이유는 비전에 헌신하기 위함입니다. 명가란 이름은 결국 남들이 불러줘야 되는 겁니다. 고객과 파트너 같은 타인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게임이 성공해야 합니다. 게임이 실패하면 명가가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