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공막 렌즈를 끼고 나서

minihong 2022. 3. 11. 17:00

라섹을 한 뒤 찾아온 흐릿함

2011년에 라섹을 한 뒤 2014년에 왼쪽눈에 각막혼탁이 왔다. 어느 순간 눈이 불편하다 싶어 오른쪽 눈을 가리고 보니 화면안에 마우스 포인트가 3개로 보이고 밤하늘에 달도 3개로 보이더라.

 

뒤로 라섹을 해준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다녔고 차도가 없으니 신촌세브란스를 추천받아 집에서 먼 신촌을 다녔었다. 큰 병원에 다닌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고 눈이란게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 신체기관이기도 해서 먼거리의 병원을 다니면서 그닥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안경을 껴보고 렌즈 테스트를 해도 시력에 차이가 없었다. 안경사 분이 렌즈를 바꿔껴보면서 어느 쪽이 낫냐고 계속해서 물어보지만 똑같으 흐려보이니 똑같은 대답만 앵무새처럼 했던 것 같다.

 

어찌할 바 없이 7년 넘게 오른쪽 눈으로의 생활을 하고 분기에 한 번씩 신촌을 다녔다. 주시력이 오른쪽인 지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데 가끔씩 조금 어지럽고 두통이 있는게 시력차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오른쪽 눈도 점차 영향이 있는 느낌도 들었다.


7년 만에 돌아온 오른쪽 시력

21년 중순에 의사선생님에게 평소 하던 검사 외에 공막 렌즈를 맞추자고 제안을 받았다. 렌즈 안에 인공 눈물을 넣고 렌즈를 끼면 각막의 고르지 못한 부분을 눈물로 채워주면서 선명하게 보이는 원리라고 하는데 직접 써보니 꽤 그럴싸 했다. 생전 처음쓰는 렌즈라 생소했지만 간호사분 도움을 받아 렌즈를 껴보니 왼쪽 눈으로 손목시계를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조금 놀라웠다. 렌즈 테스트를 해보기까지 대기시간이 2시간이나 걸렸던 바람에 짜증이 좀 난 상태였는데 왼눈으로 시계가 보이게되자 기분이 멋쩍게 가라앉았다.

 

렌즈를 맞추고 검사도 받고 진료비 포함하다보니 영수증에 85만원정도 찍혔다. 한쪽 눈만 맞추는데 이정도라니 신기술에는 돈을 쓸 수 밖에 없나보다.


공막 렌즈의 한계

이후 렌즈를 수령받아 사용한 지는 반년이상이 흘렀는데 일주일에 2~3번 사용할까 말까하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한 주도 있었다. 사소하게는 렌즈 특유의 깝깝함도 싫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충혈 때문이었다.

 

'눈이 왜이렇게 빨개요?'하는 질문을 업무 중에 자주 받았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충혈되지 않다가도 집에가서 렌즈를 뺐을 때 충혈기가 확 올라오곤 했다. 공막렌즈에는 안구사이즈에 따라 맞게 곡면의 차이가 있는 사이즈가 3개 있다고 들었는데 담당자분들도 정확한 기준은 없는 것 같고 불편하다고 하면 교체해주는 수준으로 느껴졌다. 렌즈를 바꾼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아닌 것 같아 점심먹고 오후에 5~6시간 사용하고 제거하고를 반복했다. 추가로 충혈을 줄이기 위한 IPL 레이저 시술을 처방받았는데 효과가 있는 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공막렌즈 덕분에 시력을 잠시나마 되돌릴 수 있게 되었다. 착용할 때는 선명한 듯하다가 점차 1~2시간이 지나면 유막이 생겨서 그런지 조금씩 뿌옇게 되긴 해도 안낀 것보다는 시야가 번지지 않아서 편하다. 인공 각막이 10년 내에는 보편화되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공막렌즈를 처방해 주는 걸 보니 아직 멀어 보인다. 라섹을 해서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역시 후회스럽다. 분명 부작용의 확률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고 그에 대해서 사인을 했으니 이해는 하고 있지만 되돌아보면 내 눈으로 가챠를 돌렸었구나 하는 생각이 지금와서 들고 있다. 큰 병원에 가니 진찰하면서 '고도근시인데 이정도로 깎은 건가..' 하는 혼잣말은 간혹 들었다.


지금와서 내가 눈을 위해 지킬 수 있는 습관은 카페인을 줄이는 것과 11시에는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하려면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전히 아침 커피 2잔에 오후 커피 1잔을 추가하는 날도, 새벽 1시가 되어 자려고 하는 날도 있지만 하려고들면 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는 이정도다. 가능한 지키면서 살아볼 수 밖에.